분별의 인문학

챗GPT, 통행세 걷는 장터 되다

'챗GPT로 로그인'이라는 버튼 문구가 오픈AI 데브데이 2026 발표 화면 한구석에 걸렸다. 지디넷코리아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기능을 쓰면 이용자는 외부 서비스에 가입할 때 새 계정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챗GPT 계정으로 그 문을 통과한다.1 문 하나를 지나면 다른 문이 이어지는 구조, 짧은 버튼 문구 안에 오픈AI가 그린 생태계 설계도가 들어 있다.

관문에 서는 값

이용자가 '챗GPT로 로그인'을 누르는 순간은 단순한 편의 기능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부 서비스는 자체 회원가입 창을 새로 짜는 대신 오픈AI가 관리하는 신원 확인 창구를 빌려 쓴다. 오픈AI는 그 자리에서 문을 열어 주는 위치에 선다.

지디넷코리아가 보도한 플러그인 익스텐션은 이 문턱을 한 단계 더 낮춘다.1 외부 앱의 화면과 기능을 챗GPT 대화창 안에서 그대로 쓰면서, 이용자는 앱을 옮겨 다니지 않고 한 창 안에서 일을 마친다. 오픈AI 마켓플레이스는 기업이 파트너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자리로 따로 설계됐다.1 개인 이용자의 대화창 뒤편에, 기업 구매 담당자가 결제를 승인하는 문이 하나 더 놓인 셈이다.

이용자가 외부 서비스 가입 화면 대신 챗GPT 로그인 창을 열면, 플러그인 익스텐션은 그 서비스의 화면을 대화창 안에 그대로 띄운다. 이용자는 창을 벗어나지 않고 주문을 넣고, 결제가 끝났는지도 같은 창 안에서 확인한다. 창 하나가 가게 여러 개를 대신한다.

오래된 장터의 문법

통행세를 걷는 자리는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강을 건너는 나루에 다리를 놓은 자가 건너는 이마다 삯을 받았고, 큰 장이 서는 길목을 차지한 자가 자릿세를 매겼다. 실크로드를 오간 대상들이 오아시스 도시국가를 지날 때마다 통과세를 낸 구조도 다르지 않다. 통행 인가권을 쥔 자가 길을 열고, 그 길을 지나는 값을 받는다.

오픈AI가 하는 일은 이 오래된 문법을 코드로 옮긴 것에 가깝다. 로그인 창구를 오픈AI가 관리하고, 외부 앱은 그 창구를 지나야 이용자를 만난다.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려는 기업은 오픈AI가 정한 자리에 매대를 편다. 다리 대신 API가 놓였다.

대신 걷는 발걸음

옛 장터의 문지기는 지나는 이를 막거나 세금을 매겼을 뿐, 그 사람이 무엇을 살지는 정하지 않았다. 나루를 건넌 상인은 자기 발로 저잣거리를 돌며 물건을 고르고 값을 흥정했다. 결정은 늘 지나는 사람의 몫이었다.

AI타임즈가 전한 닷츠는 이 역할 분담을 허문다.2 오픈AI가 데브데이 2026에서 공개한 이 상시 가동 에이전트는 24시간 백그라운드에서 움직이며 사용자를 대행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연속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관장한다. 문지기가 통행세만 걷던 자리에서 이제는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까지 대신 옮긴다.

걷는 주체가 바뀐 것이다.

메타의 개인 맞춤형 에이전트를 겨눈 제품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닷츠는 개인의 취향보다 조직의 업무 흐름을 대행하는 자리에 섰다.2 그 결정을 이용자 대신 내리는 존재를 두고도, 여전히 이용자가 결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통행세를 걷던 문이 이제 조직의 의사결정 앞에도 선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육조 달러라는 가정

이 장터가 실제로 돈이 되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오픈AI가 로그인 창구와 마켓플레이스, 상시 에이전트까지 늘어놓았다고 해서 통행량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달리 볼 여지도 있다. 이 구조가 아직 청사진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국내 IT 커뮤니티 긱뉴스가 소개한 Bain의 추산에 따르면, AI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2031년까지 연 매출 6조 달러가 필요하다.3 연간 인프라 지출 1조 5000억 달러를 업계 매출의 약 25%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건에서 나온 숫자이고, 가장 큰 매출원으로 지목된 항목은 검색과 광고, 자율화 같은 신제품 개발이다. 마켓플레이스와 익스텐션, 닷츠 같은 통행세 창구도 이 신제품 목록에 들어갈 후보다.

숫자는 조건 위에 서 있다.

오늘 공개된 발표 자료는 이 조건을 채울 근거까지 함께 내놓지는 않는다. 몇 개 기업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는지, 익스텐션을 통한 거래가 실제로 얼마나 오갔는지는 자료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는 적용 한계가 뚜렷하다. 통행세를 걷을 문은 세워졌지만, 그 문을 지나는 발걸음의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장부 밖의 줄

오래된 장터의 문지기는 통행세를 걷은 만큼 장부에 줄을 그었다. 오늘의 장터는 아직 그 장부를 펴 보이지 않는다.

닷츠가 사용자 대신 내리는 결정이 실제로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기업들이 수수료를 감당할 만큼 거래를 만들어낼지는 데브데이 발표 자료만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6조 달러라는 숫자는 조건을 채우기 위한 가정이지, 오늘 열린 장터의 실적은 아니다. 문은 오래된 구조를 따라 섰고, 그 문을 지나는 발걸음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아무도 세지 않았다.

각주

  1. 챗GPT, 외부 서비스까지 품는다…오픈AI 생태계 확장 — zdnet.co.kr, 2026-09-29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2 ↩3

  2. 오픈AI, 24시간 자율 에이전트 '닷츠' 공개…소비자용 아닌 B2B 승부수 — www.aitimes.com, 2026-09-29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2

  3.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 정당화하려면 연 매출 6조 달러 필요 — news.hada.io, 2026-09-29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직신학 · 오순절 신학AI 리터러시 · 연구와 수업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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