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의 인문학

AI 버블, 닷컴 아닌 소셜미디어

AI타임즈가 9월 1일자 기사에서 쓴 표현 하나가 눈에 걸린다. AI 버블을 두고 이제는 인터넷보다 소셜미디어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온다는 문장이다.1 1~2년 전만 해도 이 논쟁의 기본 틀은 1990년대 인터넷 버블이었다. 미래 수요를 예상하고 자본이 먼저 몰렸다가, 수요가 따라오지 못해 인프라만 남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교 대상이 바뀌었다. 사용자가 몰려들며 서버를 계속 늘려야 했던 소셜미디어의 확장기가 새로운 비유로 떠올랐다. 이 두 전례를 나란히 놓으면, 위험의 성격 자체가 옮겨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회선보다 앞선 기대

닷컴버블기 인터넷·통신 산업의 핵심 문제는 수요보다 인프라 투자가 앞섰다는 점이다.1 회선을 먼저 깔고, 서버를 먼저 세우고, 그다음에 사용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구조였다. 기대가 먼저 도착했다.

이 구조에서 위험은 공급 쪽에 놓인다. 아무리 그럴듯한 기술이라도 실제로 쓰는 사람이 그 속도로 늘지 않으면, 깔아 둔 배관은 그대로 매몰비용이 된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오래 회자된 것도 결국 남아도는 인프라의 그림이었다.

대기열이 말하는 것

이번 AI 버블 논쟁에서 소셜미디어가 소환되는 이유는 정반대다. 최근에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오히려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1 서버를 먼저 깔고 사용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요청이 이미 서버 용량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클라우드 사업자의 GPU 인스턴스 신청 화면을 열어 보면 이 압박이 숫자로 드러난다. 대규모 GPU 클러스터는 신청 즉시 배정되지 않고, 대기열에 이름을 올린 채 몇 주를 기다리는 경우가 흔하다. 인프라팀은 요청 목록을 정렬하며 어느 부서에 먼저 배정할지를 매일 다시 정한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이 장면은, 사용자 증가 속도를 서버 증설이 따라가지 못했던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초기 확장기와 겹친다.

같은 시기 업계의 발표 흐름을 봐도 이 속도감은 낯설지 않다. 깃허브에는 클로드 코드 2.1.258 패치 노트가 올라왔고,2 구글은 8월 한 달의 AI 소식을 모아 정리했으며,3 앤트로픽은 코딩과 지식노동, 과학 연구 성능을 높인 새 모델 페이블과 미토스를 공개했다.4 발표 하나하나는 버블이라는 말과 직접 닿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쌓인 발표는 투자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매번 새로운 근거를 쥐여주는 흐름을 이룬다.

닷컴버블은 공급이 수요보다 먼저였고, 소셜미디어와 AI는 수요가 공급을 압박한다. 다만 AI의 공급 증가는 전력망과 반도체 생산이라는 물리적 조건에 묶인다는 인포그래픽.
AI는 수요가 공급을 이끄는 점에서 소셜미디어와 닮았지만, 전력과 반도체라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확장되지 않는다.원본 크게 보기 ↗

전력과 반도체라는 벽

그렇다고 이 비유를 소셜미디어 쪽으로 온전히 밀어 넣기는 어렵다. 소셜미디어의 확장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안에서 끝난다. 사용자 한 명이 늘면 서버 저장공간과 대역폭을 조금 더 쓰면 그만이다. 서버를 몇 대 더 임대하면 대응이 가능한, 순수하게 디지털적인 확장이다.

AI 인프라는 사정이 다르다. GPU를 새로 만들려면 반도체 파운드리의 생산 능력이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를 돌리려면 전력망의 여유가 필요하다. 공장을 짓고, 발전 설비를 확충하고, 송전선을 까는 시간이 그대로 걸린다. 소프트웨어처럼 하룻밤 사이 늘릴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같은 축 위에 놓고 보면 어디까지 겹치고 어디서 벌어지는지가 선명해진다. 수요가 공급을 이끈다는 점은 같다. 그 공급을 늘리는 손이 코드인지 공장인지는 다르다.

구분이 서는 자리

이 구분에 반박이 없는 건 아니다. 수요가 공급을 압박한다는 사실만으로 버블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압박받는 수요조차 부풀려진 기대 위에 서 있을 수 있고, 그 기대가 꺼지면 지금 쌓아 올리는 데이터센터도 나중엔 남아도는 인프라로 남을 수 있다. 닷컴버블도, 소셜미디어의 확장기도 결국은 과잉 투자로 끝났다는 점에서는 같은 결말을 향했다.

그래서 이 구분은 버블 여부를 가려주는 판별식이 아니다. 이 구분이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위험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가르는 일이다. 닷컴버블은 공급이 수요를 앞선 자리에서 무너졌고, 소셜미디어의 확장은 수요가 공급을 이끈 자리에서 자랐다. AI는 후자의 그림에 가깝다. 그러나 그 공급을 늘리는 손이 전력망과 반도체 공장이라는 물리적 조건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와도 다시 갈라진다.

두 전례 중 어느 쪽도 AI 버블의 정답은 아니다. 각 비유가 가리키는 위험의 위치가 분명히 다를 뿐이다. 닷컴버블은 아무도 안 쓰는 인프라를 남겼고, 소셜미디어는 계속 쓰는 인프라를 계속 늘렸다. AI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가늠하려면, 이 두 결말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보다 먼저, 무엇이 이 확장의 속도를 실제로 제한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각주

  1. 9월1일 진화하는 AI 버블 논란…“인터넷보다 소셜미디어에 가깝다”www.aitimes.com, 2026-09-02 발행, 2026-09-02 접속 확인. 2 3

  2. v2.1.258 — github.com, 2026-09-01 발행, 2026-09-02 접속 확인.

  3. The latest AI news we announced in August 2026 — blog.google, 2026-09-01 발행, 2026-09-02 접속 확인.

  4. Claude Fable 5.1 과 Mythos 5.1 공개 — news.hada.io, 2026-09-01 발행, 2026-09-02 접속 확인.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직신학 · 오순절 신학AI 리터러시 · 연구와 수업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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