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신앙

속성으로 얻은 숙련, 신앙도 그럴까

‘열 시간’이라는 숫자는 사람을 서둘러 결론 내리게 합니다. AI 코딩 에이전트가 엔비디아의 CUDA 장벽을 열 시간 만에 넘었다는 기사를 읽으면, 오랜 숙련이 이제 한나절이면 복제되는 듯합니다. 그러면 신앙도 언젠가는 그렇게 압축될 수 있는지 묻게 됩니다. 성경 지식과 기도문, 상담 문장을 빠르게 얻는 사람이 오랜 훈련을 거친 사람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이 질문은 흥미롭지만 출발점에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열 시간 동안 완성된 일의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기술적 성과를 실제보다 키우면 그 위에 세운 신앙의 질문도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열 시간에 끝난 일의 정확한 크기

AI 추론 소프트웨어 기업 인피니티의 기술 기록에 따르면, 코딩 에이전트는 d-Matrix의 새 가속기에서 행렬곱 연산을 구현했고 첫 10시간 안에 이론상 최고 성능의 90%를 넘는 결과를 냈습니다.1 인상적인 성과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CUDA 전체를 대체하는 생태계가 열 시간 만에 완성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작업은 그 뒤에도 이어졌고, 회사 연구진이 목표와 제약을 정하며 상위 수준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테크크런치 역시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람이 큰 방향을 정하고 에이전트가 반복적인 저수준 작업을 맡았다고 전했습니다.2

CUDA의 진입장벽은 커널 코드 몇 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컴파일러와 라이브러리, 개발 도구, 오랫동안 축적된 개발자 경험이 서로 맞물린 생태계입니다.3 그러므로 이번 사례가 압축한 것은 새 하드웨어에 맞는 일부 구현과 최적화의 시행착오입니다. ‘숙련 전체가 복제됐다’고 부르면 사람과 에이전트가 각각 맡은 일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성능 수치는 인피니티가 공개한 자체 측정값이어서 독립 검증 결과와도 나눠 읽어야 합니다.

교육 연구를 인용할 때도 같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전력 시스템 교육 논문은 초심자가 도구를 직접 만들기보다 거대 언어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서론에서 지적합니다. 그러나 이 논문은 AI가 학습자의 숙련을 떨어뜨렸다는 인과 효과를 측정한 연구가 아닙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실행형 학습 모듈과 교육 접근법을 설명하는 글입니다.4 의존 가능성을 알려주는 관찰과 학습 저하를 입증한 결과 사이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거리가 있습니다.

인지과학 연구자들이 제안한 ‘믿음 외주화’라는 개념도 도움이 됩니다. 이 논문은 사람이 판단의 일부를 AI에 맡기면서 결과뿐 아니라 무엇을 믿을지까지 의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5 아직 경험 연구로 확정된 결론은 아니지만, 속도가 빨라진 뒤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답을 얻는 시간과 그 답을 내 판단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살피는 시간은 같지 않습니다.

줄어든 수고와 남아 있는 훈련

신앙은 고생을 많이 할수록 자동으로 깊어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피할 수 있는 불편을 일부러 남기거나 비효율을 거룩하게 꾸밀 이유도 없습니다. 바울은 환난이 인내와 연단, 소망으로 이어진다고 썼지만, 고통을 생산하라고 권하지는 않았습니다.6 이 구절이 가리키는 것은 이미 마주한 어려움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AI가 설교 자료를 찾는 시간을 줄이거나 성경 공부 초안을 정리해주는 일은 신앙의 위협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복 작업이 줄어든 만큼 본문을 더 세심하게 읽고, 공동체의 형편을 헤아리고, 인용이 정확한지 확인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절약한 시간을 더 많은 산출물로만 채우면 숙고의 자리는 오히려 좁아집니다. 도구가 시간을 돌려주더라도 그 시간을 어디에 쓸지는 사용자의 습관과 조직의 압력이 결정합니다.

목회자가 상실을 겪은 교우를 만나기 전 AI에게 위로 문장을 부탁하는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초안은 몇 초 안에 나옵니다. 그러나 어떤 문장을 버릴지, 지금은 말을 멈추는 편이 나은지, 대화를 마친 뒤에도 곁을 지킬지는 자동 완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바울의 말은 바로 이 간격을 돌아보게 합니다.7

신앙의 성숙은 정보를 늦게 얻어서 생기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바를 실제 사람 앞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동안 자랍니다. 기도문을 빨리 만들 수 있어도 기도할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남고, 성경 구절을 곧바로 찾을 수 있어도 그 말씀에 따라 익숙한 태도를 고치는 일에는 시간이 듭니다. 공동체가 서로의 변화를 보고 기다려주는 시간도 압축하기 어렵습니다.

AI가 줄이는 수고와 사람이 남겨야 할 훈련을 한 덩어리로 보면 두 극단에 빠집니다. 기술을 거부하며 불필요한 고생을 보존하거나, 빠른 결과를 성숙의 증거로 착각하게 됩니다. 이번 코딩 사례가 보여준 분업을 신앙의 자리에도 조심스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탐색과 정리는 도구에 맡기되, 무엇을 믿을지 분별하고 누구를 사랑할지 선택하며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더 또렷하게 맡는 것입니다.

속성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질문은 ‘얼마나 오래 고생했는가’가 아닙니다. 빨라진 뒤에도 무엇을 천천히 판단하고, 누구 곁에서 책임질 것인가를 묻는 편이 신앙의 숙련에 더 가깝습니다.

각주

  1. LLM Inference on New Silicon in Days, Not Years: d-Matrix Meets Infinity — Infinity 기술 기록, 2026-08-04 접속 확인. 첫 10시간의 행렬곱 성능과 후속 모델 구동 과정을 구분해 설명합니다.

  2. Inference startup Infinity raises $15M from Touring Capital, OpenAI and Anthropic researchers — TechCrunch, 2026-07-20. 사람의 상위 수준 지시가 남아 있음을 함께 보도합니다.

  3. CUDA Proves Nvidia Is a Software Company — WIRED. CUDA의 경쟁력이 코드 하나보다 넓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있음을 다룹니다.

  4. Bridg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Power Systems Education Using a Hands-On Executable Framework — arXiv 공개본, 2026-08-03. 학습자 의존에 관한 문제 제기와 논문의 실제 연구 범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Belief Offloading: The Cognitive and Epistemic Risks of Relying on AI — arXiv 공개본, 2026. AI 의존을 설명하는 개념적 논의이며 인과 효과를 확정한 실험 연구는 아닙니다.

  6. Romans 5:3–5 — 환난, 인내, 연단, 소망의 관계를 다루는 성경 본문입니다.

  7. 1 Corinthians 13:2 — 지식과 능력을 사랑의 기준 아래 두는 성경 본문입니다.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직신학 · 오순절 신학AI 리터러시 · 연구와 수업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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