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교육

하루 수천달러 연구 인턴의 계산법

오픈AI가 지난 6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 올린 문장 하나가 먼저 눈에 걸립니다. 연구원들이 AI 에이전트에 하루 수백에서 수천달러의 추론 비용을 쓰고 있다는 대목입니다.1 이 숫자를 공개한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오픈AI 자신이라는 사실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비용을 많이 쓸수록 연구가 정교해진다는 이야기를, 그 비용을 실제로 파는 회사가 직접 전한 셈입니다.

인턴이라는 이름표

지난해 10월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 야쿠브 파초키 수석연구원은 'AI 연구 인턴'이라는 목표를 공언한 바 있습니다.1 이번 발표는 그 목표가 실제로 이행됐는지를 오픈AI 스스로 점검한 자리였습니다. 연구원들이 AI에 맡기는 작업이 복잡해지고, 작성하는 코드와 실험 횟수가 늘었다는 서술이 뒤를 잇습니다.

검증의 주체와 대상이 같은 회사라는 점은 가볍게 넘어갈 대목이 아닙니다. 성적표를 학생이 직접 채점해 발표하는 구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발표 내용 자체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숫자가 향하는 방향이, 오픈AI가 추론 비용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향과 정확히 겹친다는 사실은 남습니다.

여기서 구성타당도(construct validity, 측정 도구가 실제로 재려는 개념을 제대로 재고 있는지 따지는 기준)라는 잣대를 하나 대볼 만합니다. 하루 수백에서 수천달러를 썼다는 숫자는 사용량을 잽니다. 그 숫자가 곧 연구가 더 정교해졌다는 결론까지 대신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사용량과 성과 사이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칸이 남아 있습니다.

코덱스와 큐비트 사이

같은 오픈AI 블로그에는 또 다른 사례도 올라왔습니다. MIT 연구자가 GPT-5.6 Sol과 코덱스(Codex, 오픈AI가 만든 코드 생성 도구)를 이용해 양자컴퓨팅 실험을 자율적으로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가 정보를 담는 기본 단위)를 보정했다는 내용입니다.2

양자컴퓨팅 실험은 설계와 반복이 유난히 많은 분야입니다. 변수 하나를 바꿔 다시 돌리고, 오차를 줄이려 실험을 겹겹이 쌓는 일이 기본값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추론을 많이 돌릴수록 실제로 쌓이는 성과가 있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 사례만 떼어 보면, 비용과 성과가 겹친다는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례를 전한 주체 역시 오픈AI라는 점은 그대로 남습니다.

케라스라는 대조군

같은 시기 구글 개발자 블로그는 케라스(Keras, 딥러닝 모델을 비교적 쉽게 짤 수 있게 돕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우주신호를 분석한 사례를 공개했습니다.3 우주입자물리학(astroparticle physics), 즉 천체물리와 입자물리가 겹치는 영역에서 나온 작업입니다.

이 글이 조용히 흘려보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 쓰인 도구는 무료입니다. 구글은 자사 유료 API를 앞세우지 않고, 누구나 내려받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 실질적인 결과를 냈다고 스스로 밝힌 셈입니다.

오픈AI의 고비용 추론·개방형 양자 실험·자체 발표와 구글의 무료 오픈소스·정형화된 신호 분석·자체 발표가 서로 다른 문제 성격이라는 숨은 조건으로 모입니다. 이 조건 때문에 두 사례는 직접 비교할 수 없으며, 같은 조건에서 검증해야 비용과 성과의 관계를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관계도입니다.
두 사례는 비용뿐 아니라 문제 성격도 다릅니다. 같은 조건에서 검증하지 않으면 비용과 성과의 관계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원본 크게 보기 ↗

오픈AI의 발표와 나란히 두면, 비싼 도구가 곧 더 나은 연구라는 등식은 적어도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정형화된 문제의 조건

그런데 이 대조를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글의 우주신호 분석은 이미 정제된 신호 데이터에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정답이 붙은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을 적용하는 작업입니다.3 데이터가 이미 다듬어진 상태라면, 학습 자체는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문제에 가깝습니다.

반면 오픈AI가 내세운 양자컴퓨팅 실험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실험을 설계하고 반복하는 작업입니다.2 문제의 형태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비싼 도구 대 저렴한 도구'라는 구도로 두 사례를 나란히 세우려면 전제 하나가 필요합니다. 연구 성격이 비슷할 때만 비용 차이가 의미를 갖는다는 전제입니다. 성격이 다른 두 문제를 같은 저울에 올리면, 비교 자체가 흔들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구의 값이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관찰은 남습니다.

남은 자리

이번 발표들은 결국 누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를 비춥니다. 오픈AI는 추론 비용을 파는 회사이고, 그 회사가 추론 비용을 많이 쓸수록 연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전했습니다. 구글은 무료 도구로 다른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 방향의 서사를 각자의 블로그로 내보낸 셈입니다. 비용을 앞세운 서사와 무료 도구로 남긴 성과가 함께 공개된 지금, 연구의 가치를 어느 쪽 숫자로 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각주

  1. 9월8일 오픈AI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현실이 된 ‘AI 연구 인턴’www.aitimes.com, 2026-09-09 발행, 2026-09-09 접속 확인. 2

  2. How GPT-5.6 Sol helps run quantum computing experiments — openai.com, 2026-09-08 발행, 2026-09-09 접속 확인. 2

  3. Decoding cosmic signals with deep learning and Keras — developers.googleblog.com, 2026-09-08 발행, 2026-09-09 접속 확인. 2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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