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의 인문학

제목만 보고 아는 척하는 논문 읽기

AI 자료 목록을 훑다 보면 제목이 먼저 결론을 만든다. Notes to Self: Can LLMs Benefit from Experiential Abstractions?라는 제목을 보면, 대규모 언어 모델이 자기 경험을 정리해 다음 과제에서 실제로 이득을 얻었으리라고 짐작하기 쉽다.1 하지만 제목이 직접 말해 주는 것은 연구 질문이다. 결과의 크기, 실험 조건, 실패한 과제 유형은 본문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같은 일이 다른 제목에서도 일어난다. Towards Miniature Humanoid Tele-Loco-Manipulation Using Virtual Reality and 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제목은 가상현실과 강화학습을 결합한 소형 휴머노이드 원격 조작 연구를 떠올리게 한다.2 여기서 바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적으면 제목이 암시한 방향을 결론으로 바꾸는 셈이다. 제목은 길을 가리킨다.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

제목, 배포처, 확인 범위

자료가 놓인 자리도 판단을 흔든다. arXiv는 홈페이지에서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가 arXiv의 동료심사를 거친 것이 아니라고 명시한다.3 공개 버전과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과 심사 상태는 따로 적어야 한다. 반대로 Google 공식 블로그의 3 Google updates from Galaxy Unpacked 2026 글은 발표 주체와 발표 내용을 확인하게 해 준다.4 그래도 공식 발표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기기, 지역, 계정 조건에서 같은 경험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메모는 세 칸으로 나누는 편이 좋다. 첫째, 제목이 던지는 질문. 둘째, 배포처가 확인해 주는 사실. 셋째, 아직 읽지 못한 부분. 제목만 본 자료라면 “제목과 등록 사실만 확인”이라고 적으면 된다. 초록까지 읽었다면 거기까지 표시한다. 본문의 방법과 결과를 확인했다면 그때야 근거 문장으로 옮길 수 있다.

읽을 자료를 고르는 일과 인용하는 일

제목만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필요하다. 모든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별에 쓴 정보를 곧바로 인용 근거로 바꾸는 순간에 생긴다. “읽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와 “이 자료가 내 문장을 뒷받침한다”는 다른 판단이다.

AI가 빠르게 요약해 준 문장을 읽었을 때도 기준은 같다. 요약이 자연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원문 확인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실제로 본 범위까지만 적으면 된다. 기록의 범위를 줄이는 일은 게으른 태도가 아니다. 나중에 그 자료를 다시 열었을 때, 추정과 확인을 섞지 않게 해 주는 장치다.

각주

  1. Notes to Self: Can LLMs Benefit from Experiential Abstractions? — arxiv.org, 2026-07-22 발행, 2026-07-29 접속 확인.

  2. Towards Miniature Humanoid Tele-Loco-Manipulation Using Virtual Reality and Reinforcement Learning — arxiv.org, 2026-07-22 발행, 2026-07-29 접속 확인.

  3. arXiv.org — arXiv 공식 안내. 자료 공개와 arXiv에 의한 동료심사를 구분하는 설명을 확인했다.

  4. 3 Google updates from Galaxy Unpacked 2026 — blog.google, 2026-07-22 발행, 2026-07-29 접속 확인.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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