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지난 29일 데브데이 2026에서 공개한 이름은 '닷츠'입니다. 원래는 메타의 개인용 에이전트 '뮤즈'를 겨냥한 소비자 제품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무대에 오른 것은 기업 업무를 대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였습니다.1 사람이 로그아웃한 밤에도 판단을 이어간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는 새 기술 이름 대신 오래된 자동화 용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줄여서 RPA라는 이름입니다. RPA는 사람이 미리 정해둔 규칙대로 화면 클릭이나 데이터 입력을 반복 수행하는 자동화 기술을 뜻합니다.
24시간 켜진 사무실
오픈AI는 이번 발표에서 20여개 업데이트 가운데 닷츠를 핵심 카드로 올렸습니다. 기존 챗봇이 질문 하나에 답 하나를 내놓는 방식이었다면, 닷츠는 사용자를 대행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연속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상시 가동 에이전트 시스템을 표방합니다.1 소비자용 개인 비서가 아니라 기업용 업무 도구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 전환은 우연이 아닙니다. 개인 맞춤형 에이전트는 하루 몇 번의 대화로 값어치가 정해지지만, 기업 업무는 하루 종일 반복되는 승인과 처리가 쌓여야 값어치가 나옵니다. 오픈AI가 소비자 대신 기업을 겨눈 배경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어 보입니다.
24시간이라는 시간 표현 자체가 이미 메시지입니다.
RPA가 남겨둔 질문
RPA는 지난 십수 년간 기업 자동화의 표준이었습니다. 사람이 업무 절차를 규칙으로 옮겨 적으면, 소프트웨어 로봇이 그 규칙을 밤낮없이 실행했습니다. 다만 규칙을 쓰는 손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로봇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예외가 생기면 로봇은 멈췄고, 사람이 다시 규칙을 고쳐 써야 했습니다.
닷츠가 내세우는 상시 가동 자율 에이전트는 이 계보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4시간 돌아가며 업무를 처리한다는 발상 자체는 RPA가 이미 걸어온 길입니다. 그런데 오픈AI의 설명을 보면 닷츠는 예외가 생겼을 때 멈추는 대신, 스스로 판단해 다음 행동을 정합니다.1 규칙을 실행하던 로봇이 규칙을 고쳐 쓰는 쪽으로 넘어온 셈입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RPA 시대에는 오류가 나도 원인을 규칙 문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규칙을 사람이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을 바꾼다면, 오류의 원인은 문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판단 자체에 있습니다. 책임을 추궁할 대상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위험이라는 과장의 폭
여기서 전례 없는 위험이라는 말이 자주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닷츠의 자율 판단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 업무 영역까지 뻗어 있는지,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습니다.1 특정 업무에 한정된 자율이라면, 위험의 크기도 그만큼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 나온 다른 자료 두 건이 이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지푸AI의 GLM-5.3은 취약점을 찾아 작동하는 공격까지 자율로 완성하는 역량을 갖췄고, 앤트로픽의 평가에서 클로드 미소스 프리뷰와 비슷한 수준을 냈습니다. 그런데 두 모델의 실질적 차이는 성능이 아니라 접근성과 안전장치에 있었습니다.2 누구나 가중치를 내려받을 수 있는 모델과, 안전장치를 겹겹이 두른 모델은 같은 능력을 갖고도 다른 위험을 만듭니다.
엔비디아가 TensorRT 모델 커넥트를 만들며 공개한 설계 원칙도 비슷한 방향을 짚습니다. 병렬 작업과 모델군 분리에 더해, 되돌릴 수 있는 변경(reversible changes)과 GPU 기반 검증을 자율 코딩 에이전트 설계의 축으로 삼았다는 내용입니다.3 되돌릴 수 있는 변경이란, 에이전트가 내린 결정을 언제든 이전 상태로 물릴 수 있게 짜두는 설계를 뜻합니다. 자율성의 크기가 아니라 되돌리는 장치의 유무가 위험을 가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닷츠에 이런 장치가 얼마나 붙어 있는지는 이번 발표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자율 판단이 곧 위험이라는 등식은, 적어도 지금 나온 자료 위에서는 성급합니다.
결과를 의심하는 습관
닷츠는 아직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그래도 자율 에이전트를 실무에 들일 때 확인할 습관은 지금부터 정해둘 수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첫째, 에이전트가 내린 판단의 기록이 남는지입니다. RPA는 규칙 문서를 보면 원인을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자율 에이전트라면 판단이 바뀐 시점과 이유를 남기는 로그가 있어야, 나중에 사람이 되짚을 수 있습니다.
둘째, 그 판단을 되돌릴 수 있는지입니다. 엔비디아 사례처럼 되돌릴 수 있는 변경이 설계에 들어 있다면, 잘못된 판단이라도 원래 상태로 물릴 여지가 남습니다.3 되돌릴 길이 없는 자동화는, 규칙 기반이든 자율 기반이든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셋째, 무료로 써볼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입니다. 많은 자율 에이전트 도구가 유료 전환 전에 제한된 기능만 무료로 엽니다. 그 제한 안에서 판단 로그와 되돌리기 기능을 먼저 확인해보는 편이, 전체 기능을 믿고 맡기기 전에 거쳐야 할 최소한의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질적으로 다르다는 판단
저는 닷츠를 RPA의 반복이자 변형으로 봅니다. 24시간 가동, 업무 프로세스 관장이라는 틀은 RPA가 이미 걸어온 길의 연장입니다. 그런데 규칙을 스스로 고쳐 쓴다는 대목에서, 이전과는 다른 책임을 요구한다고 판단합니다. 오류가 났을 때 되짚을 대상이 문서가 아니라 판단 그 자체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단이 흔들릴 수 있는 지점도 분명히 남겨둡니다. 닷츠의 자율 범위가 실제로 얼마나 넓은지, 되돌릴 수 있는 장치가 얼마나 촘촘한지는 이번 발표만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엔비디아의 사례가 보여주듯, 설계 방식에 따라 자율 에이전트가 과거 자동화보다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자료를 읽은 분들과 이 지점을 더 따져보고 싶습니다. 닷츠가 실제로 어떤 업무에서, 어디까지 판단을 넘겨받는지가 앞으로 드러날 때, 이 글의 판단도 다시 세워볼 생각입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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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24시간 자율 에이전트 '닷츠' 공개…소비자용 아닌 B2B 승부수 — www.aitimes.com, 2026-09-30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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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M-5.3와 고도화된 사이버 역량의 확산 — news.hada.io, 2026-09-29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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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Native by Design: Lessons Learned from Building NVIDIA TensorRT Model Connect — developer.nvidia.com, 2026-09-29 발행, 2026-09-30 접속 확인.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