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한동안 피지컬 AI를 미래 전략이라는 말로 불렀습니다. 2023년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과 옴니버스를 내놓았고, 2024년에는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GR00T와 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8월31일 에이타임즈 보도는 이 흐름이 이제 사업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중국이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전합니다1. 미래라는 말이 빠지고 사업이라는 말이 들어선 자리를 눈여겨봅니다. 로봇이 시뮬레이션 화면 밖으로 나와, 실제 공장과 연구실로 걸어 들어오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된 미래
시뮬레이션 단계에서는 실패해도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가상의 로봇 팔이 부품을 놓치면, 코드를 고쳐 다시 돌리면 그만이었습니다. 사업으로 넘어간다는 말은 이 되돌림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공장 바닥에 실제 로봇이 서고, 그 로봇이 내리는 판단이 실제 부품과 사람의 동선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패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로봇을 누가 감독하고, 오작동이 났을 때 누가 배상하며, 로봇이 사람 대신 내린 결정을 누가 최종 승인하는지는 이번 보도 어디에도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사업 계획서에는 매출과 시장 이야기가 먼저 오릅니다. 책임 소재를 정하는 계약과 규정은 그 뒤를 따라오는 셈입니다.
쇼케이스 뒤의 물음
같은 시기 대만에서는 다른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대만 경제부 산업기술처가 8월28일 밋 그레이터 사우스 행사에서 31개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는 소식이 지디넷코리아에 실렸습니다2. 정부 부처가 나서서 지역 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장면을 앞의 사업화 소식과 나란히 놓으면 다르게 읽힙니다. 로봇과 에이전트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속도만큼 책임 지는 제도가 못 따라온다는 진단은 성급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산업 확산의 다리를 놓는 이 방식도, 결국 책임질 준비를 갖추는 여러 과정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다만 다리를 놓는 일과, 그 다리 위에서 누가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 사람을 정하는 일은 다릅니다. 산업기술처의 쇼케이스는 기술을 연결하는 자리였지, 오작동했을 때 책임질 순서를 정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기관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자리를 채워 간다는 해석이 맞다 해도, 채워지지 않은 틈은 여전히 남습니다.
실험대의 결정권
엔비디아 개발자 블로그는 8월31일, 바이오니모 NIM 마이크로서비스를 클로드 사이언스에 연동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3. 이 글은 에이전트형 AI가 논문을 읽고 가설을 세우며, 어떤 모델을 부를지 고르고, 다음에 어떤 실험을 우선할지 정하는 연구 방식을 설명합니다.
실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원래 연구자의 몫이었습니다. 예산과 시약, 실험 참여자의 시간까지 걸린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가 이 결정을 대신할 때, 잘못된 우선순위로 자원을 낭비하거나 더 급한 문제를 놓쳤을 경우 누가 그 몫을 지는지는 이 소개 글에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바이오니모는 기존 연구소와 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쓰입니다. 윤리위원회도 있고, 지도교수도 있고, 논문 심사도 남아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자리 잡은 곳이 완전히 빈 공간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기존 틀이 에이전트가 내린 판단까지 심사하도록 설계돼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책임의 수신인
신앙 공동체는 오랫동안 책임을 사람 앞에 두었습니다. 목회자는 회중 앞에서, 성도는 서로 앞에서 자신의 결정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 구조가 성립하려면 책임질 대상이 얼굴을 가진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철학자 린 러더 베이커는 인격을 몸에 매인 일인칭 관점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논의를 빌리면, 책임은 그 관점을 가진 존재에게만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로봇이 공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에이전트가 실험실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때, 이 존재들에게 일인칭 관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번 세 가지 소식 어디에도 뚜렷이 적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개발사인지, 도입한 기관인지, 아니면 결정을 최종 승인한 담당자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 물음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신앙이 사람에게 요구해온 것은 결정의 무게를 스스로 느끼는 일이었습니다. 기도 앞에 무릎 꿇을 때도, 죽음을 앞둔 이를 돌볼 때도, 그 무게를 느끼는 사람이 있었기에 공동체는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로봇과 에이전트가 그 자리에 들어와 결정과 돌봄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면, 무게를 느끼는 사람은 그 결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게 됩니다.
그 물러난 자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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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엔비디아 피지컬 AI, ‘미래 전략’에서 사업으로…중국이 핵심 시장 — www.aitimes.com, 2026-09-0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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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산업기술처, 밋 그레이터 사우스에서 31개 혁신 기술 선보여 — zdnet.co.kr, 2026-08-3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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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NVIDIA BioNeMo NIM Microservices for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in Claude Science — developer.nvidia.com, 2026-08-3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