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의 인문학

새소리 분류기는 과학자가 아니다

보안 카메라 세 대에 달린 마이크가 새소리를 실어 나른다는 소식이 있다. IT 뉴스 커뮤니티 긱뉴스(news.hada.io)에 올라온 글은 기존 방범 카메라의 오디오 입력을 BirdNet-Go라는 프로그램에 연결해, 마당을 찾는 새의 종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실험을 소개한다.1 서버나 라즈베리파이 안에서 곧바로 돌아가는 로컬 추론이라 클라우드 API 요금도, 오디오가 밖으로 새어 나갈 걱정도 없다는 설명이 붙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부르는 이름이 얼마나 담백한가 하는 점이다. 누구도 이 상자를 새 관찰 에이전트라 부르지 않는다.

듣는 상자, 읽는 모델

BirdNet-Go가 하는 일은 명확하다. 마이크가 받아들인 소리를 스펙트로그램으로 바꾸고, 사전에 학습된 신경망이 그 패턴을 이미 알고 있는 종의 울음소리와 대조해 이름표를 붙인다. 판단이라 부를 만한 과정은 없다. 정해진 범주 목록 안에서 가장 가까운 답을 고르는 작업이다.

같은 구조가 훨씬 화려한 무대에서도 반복된다. 구글 개발자 블로그가 공개한 글은 케라스(Keras)로 짠 딥러닝 모델이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이 겹치는 영역, 이른바 우주 신호를 해독하는 데 쓰인다고 전한다.2 별에서 오는 신호를 감지해 분류하는 이 작업도 뜯어보면 새소리 식별과 다르지 않다. 데이터를 넣으면 학습된 패턴에 맞춰 결과가 나오는 방식이다.

우주와 새소리라는 소재의 거리는 멀어도, 기계가 하는 일의 종류는 가깝다.

패턴 인식이라는 공통분모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로컬 AI와 딥러닝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것이 결국 같은 범주의 작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입력을 받아 사전학습된 가중치로 패턴을 맞추고 출력을 내는 절차다. 이 절차에는 스스로 다음 할 일을 정하는 대목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새를 잘못 판별하면 사람이 로그를 확인하고 규칙을 손본다.

문제는 다른 이름을 단 기술이 등장할 때 생긴다. 엔비디아 개발자 블로그는 에이전틱 AI가 연구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AI 과학자가 논문을 읽고 가설을 제안하며 모델을 호출하고 다음 실험의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적는다. 이 소개는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 환경에서 BioNeMo NIM 마이크로서비스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사례를 배경으로 한다.3 읽는다, 제안한다, 호출한다, 정한다. 이 네 동사는 하나같이 사람이 연구실에서 하던 일을 가리키던 말이다.

에이전트라는 동사들

동사가 바뀌었다고 기계 안쪽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가설을 제안하는 단계도 뜯어보면 대규모 언어모델이 학습한 문장 패턴 가운데 그럴듯한 조합을 골라내는 절차에 가깝다. 실험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 역시 정해진 기준값과 점수를 비교해 순서를 매기는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에이전틱 AI라는 이름표만 화려해졌을 뿐, 안에서 돌아가는 절차는 같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성급하다. 엔비디아 블로그가 그리는 구조는 단일한 분류 작업 하나가 아니라, 논문 읽기와 가설 제안, 모델 호출과 실험 우선순위 결정을 순서대로 이어 붙인 조율 과정이다.3 이 조율이 설명대로 실제로 작동한다면, 각 단계가 개별적으로는 패턴 인식이라 해도 그것을 엮어 다음 행동을 스스로 배치하는 구조 자체는 단발성 분류기와 같은 서랍에 넣기 어렵다. 새소리 분류기는 한 번의 입력에 한 번의 출력을 내놓을 뿐, 그 출력을 근거로 다음 질문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동사가 만드는 착시

이름이 하는 일은 정확히 여기까지다. 에이전트라는 말은 사람의 자율적 판단과 기획이라는 이미지를 빌려 온다. 그 이미지는 여러 단계를 스스로 이어 배치하는 조율 구조를 가리키는 한에서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 구조 안의 각 마디가 여전히 사전학습된 패턴 맞추기라는 사실까지 지워 버리면, 빌려 온 이미지가 실제 작동 범위를 넘어 판단 전체를 대신하는 것처럼 읽히게 된다.

그러니 구분은 두 층위에서 따로 그어야 한다. 개별 마디의 작동 방식으로 보면 새소리 분류기와 에이전틱 AI는 같은 범주에 있다. 마디를 엮어 다음 마디를 스스로 배치하는지 여부로 보면 둘은 다른 범주에 놓인다. 이 두 층위를 하나로 뭉뚱그릴 때, 즉 이름 하나로 기계 전체의 성격을 규정할 때 착시가 생긴다. 동사를 어디에 놓느냐가 그 착시를 만들기도, 걷어 내기도 한다.

각주

  1. 보안 카메라를 자동 조류 식별 시스템으로 바꾼 방법 — news.hada.io, 2026-08-3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2. Decoding cosmic signals with deep learning and Keras — developers.googleblog.com, 2026-08-3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3. Run NVIDIA BioNeMo NIM Microservices for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in Claude Science — developer.nvidia.com, 2026-08-31 발행, 2026-09-01 접속 확인. 2

신학자이자 AI 교육전문가 이진민

글쓴이 · 이진민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책임.

조직신학자 · AI 활용 교육전문가

조직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교회·학교·공공기관에서 생성형 AI 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합니다. 신학자로서 기술을 읽고, 교육자로서 그것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직신학 · 오순절 신학AI 리터러시 · 연구와 수업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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